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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A BLOG

직접 하나하나 가르치지 않아도 질문에 대답하도록 할 수 없을까?

by 토리쌤 전은지 2022.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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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행동분석가 토리쌤 전은지입니다 :)

발달장애와 언어지연을 보이는 아이들의 언어에서 가지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모든 것을 일일이 가르쳐야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언어가 시작된지 얼마 안 된 초기에는사물의 이름을 듣고 변별하는 것, 사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명명하는 것, 질문을 듣고 그 질문에 적절하게 대답하는 것을 일일이 가르쳐야하지요.

 

일반적으로는 영유아기에 단어를 듣고 변별해내는 능력, 단어를 한번 듣기만 해도 기억했다가 그 단어를 사용하는 능력, 질문을 듣고 적절한 대답을 스스로 생각해서 해내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발달합니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예요. 어떤 아이들은 말소리를 하나하나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어떤 아이들은 한 단어, 한 단어 수십번 반복하여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어떤 아이들은 각각의 질문에 다 다르게 대답하는 것을 연습해야해요.

 

그런데 이 과정들을 아무리 꾸준히 한다고 해도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언어적으로 하나하나 알려주는 방식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아이가 스스로 자극과 자극을 연결짓고 구분할 줄 알아야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들 사이에 직접 가르치지 않은 것을 듣고 찾을 수 있고, 직접 가르치지 않은 것을 말할 수 있고, 직접 가르치지 않은 질문에 대답도 하게 됩니다. 즉 "파생적 언어 반응"이 출현하는 것이죠.

 

오늘은 언어발달 지연, 발달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파생적 언어 반응을 출현하도록 하는 중재 절차에 대한 논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볼 논문은 2021년 행동분석·지원연구의 8월 1호에 실린 "자극 등가 관계에 있는 자극들에 대한 청자 반응 훈련이 파생적 청자 반응과 인트라 버벌 반응의 출현에 미치는 영향"이고 저자는 '임미선, 김선혜, 박혜숙' 입니다.

임미선 김선혜 박혜숙 (2021).pdf
0.84MB

이 논문은 등가 관계에 있는 자극, 즉 아동이 같은 것이라고 인지하는 자극들에 대해서 청자 훈련(듣고 반응하는 연습)을 했을 때, 직접 가르치지 않은 새로운 자극에 대해서 듣고 찾을 수 있는 반응(청자 반응), 자극에 대해 명명하는 반응(화자 반응)과 질문을 듣고 대답하는 반응(인트라버벌)이 증가하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연구 참여 아동은 전반적 발달지연을 보이는 만 3세, 만 4세 남여 아동 두 명이었고, 이 아이들은 100개 이상의 명명하기, 간단한 소리와 사물의 기능에 대한 인트라버벌이 가능했으나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직접 교수하지 않은 질문에 대답하기(파생적 언어반응으로서 인트라버벌)는 나타나지 않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중재 자극은 등가 관계에 있는 자극으로 '직업'이라는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여러가지 직업들 가운데 아직 아이들이 모르는 직업들을 선택했고, 예를 들어 그 직업이 '소방관'이라면 네 가지 자극을 선정합니다. 1) "불 끄는 사람"(직업 역할), 2) 불 끄는 그림(사진), 3) "소방관"(직업명), 4) 소방관 그림(사진) 이렇게 두 가지의 사진 자극과 두 가지의 언어 자극을 선정하였습니다.

 

중재 방법으로는 먼저 듣고 찾을 수 있는 반응을 직접 가르쳤는데, 여러 사진들 가운데 1) "불 끄는 사람은?" 이라고 물었을 때 아이가 2) 불 끄는 그림(사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합니다. 그리고 여러 사진들 가운데 3) "소방관은?" 이라고 물었을 때 아이가 4) 소방관 그림(사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합니다. 그리고 2) 불 끄는 그림(사진)과 4) 소방관 그림(사진)이 등가의 자극이라는 것을 교수하기 위해 이 두 사진을 매칭할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한 아동에게 세 가지 직업에 대해 언어 반응을 가르칩니다. 

그림 출처: 임미선, 김선혜, & 박혜숙. (2021). 자극 등가 관계 (Stimulus Equivalence Relations) 에 있는 자극들에 대한 청자 반응 훈련이 파생적 청자 반응과 인트라 버벌 (Intraverbal) 반응의 출현에 미치는 영향.  행동분석ㆍ지원연구 ,  8 (1), 43-60.

이러한 중재 과정을 충분히 거치면 아동은 사진이 없어도 1) "불끄는 사람은?" 이라고 물었을 때 3) "소방관"으로 대답하는 빈도가 중재 전보다 훨씬 더 증가하며, 여러 직업 사진들 중에서 1) "불끄는 사람은?" 이라고 물었을 때 4) 소방관 그림(사진)을 선택하는 빈도가 중재 전보다 훨씬 더 증가하였습니다.  즉, 4가지 자극들 중에서 1번 자극과 2번 자극을 연결시키고, 3번 자극과 4번 자극을 연결시키고, 2번 자극과 4번 자극을 연결시켰더니, 직접 가르치지 않은 1번 자극과 3번 자극 사이의 연결이 생기고 1번 자극과 4번 자극 사이의 연결이 생긴 것입니다. 파생적 언어 반응이 생성된 것입니다.

 

그림 출처: 임미선, 김선혜, & 박혜숙. (2021). 자극 등가 관계 (Stimulus Equivalence Relations) 에 있는 자극들에 대한 청자 반응 훈련이 파생적 청자 반응과 인트라 버벌 (Intraverbal) 반응의 출현에 미치는 영향.  행동분석ㆍ지원연구 ,  8 (1), 43-60.

 

중재 결과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면, 중재 전 기초선에서 직접 가르치지 않은 질문에 대답하기(파생된 인트라버벌)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직업 역할에 대한 질문을 듣고 여러 직업 사진들 중에서 선택하는 청자 반응 과제에 대한 반응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초선 측정을 끝내고 연구자들은 아이들에게 중재를 시작하였고 아동A는 6회기만에, 아동B는 단 2회기만에 습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중재 후 아동 A는 직접 교수하지 않은 질문에 대답하기가 나타났고, 직접 교수하지 않은 '직업 역할을 듣고 직업 사진을 선택하는' 청자 반응도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아동B는 원래 청자 반응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청자반응의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재를 시작하기 전에는 없었던 직접 가르치지 않은 질문에 대답하는 능력이 형성되었습니다. 이 두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파생적 언어반응의 형성과 수준 차이는 '언어잠재능력'에 있다고 논문의 저자는 설명하였습니다.   

 

물론 더 많은 논문들을 살펴봐야하겠지만, 자극 등가의 관계를 충분히 활용하면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치지 않은 질문에 대답하기, 청자반응, 화자반응같은 것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논문입니다. 이렇게 파생된 언어반응이 나타나는 것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자극 등가 이론, 관계적 반응틀 이론, 언어 잠재능력)은 뒤로하고 가정에서 혹은 중재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일일이 모든 질문을 가르치고 그 질문에 적절하게 대답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 한계나 어려움을 느낀다면, 이렇게 자극 등가 관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래 사진들은 논문에서 중재에 사용한 사진들이라고 하니 참고해서 보시길 바랍니다. 

 

그림 출처: 임미선, 김선혜, & 박혜숙. (2021). 자극 등가 관계 (Stimulus Equivalence Relations) 에 있는 자극들에 대한 청자 반응 훈련이 파생적 청자 반응과 인트라 버벌 (Intraverbal) 반응의 출현에 미치는 영향.  행동분석ㆍ지원연구 ,  8 (1), 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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